사상四象의 기원
아마 사상의학四象醫學은 인간을 네 가지 체질로 나누어 체질별 진단에 따른 맞춤처방을 통해 질병의 회복을 꾀하는 의학으로 많이 알려져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사상四象이란 곧 소음少陰, 소양少陽, 태음太陰, 태양太陽이라는 네 가지 분류법을 의미하는데, 음양오행에서 어떤 대상을 최종적으로 종합 ‧ 분해했을 때 남는 것이 음陰과 양陽이었다면, 사상四象에서는 대상을 이루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이자 원초적인 속성이 태양 ‧ 태음 ‧ 소양 ‧ 소음 4가지가 되는 것입니다.
0과 1이라는, 2진법에서 출발하는 지금의 컴퓨터를 4진법 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면 컴퓨터 세계 일대의 혁명이 될 것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아래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한의학계에서 음양陰陽의 체계를 부정하며 등장한 사상四象 역시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사상에서도 음양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태음 ‧ 태양, 소음 ‧ 소양의 기저에서 넷을 엮어주는 원리로 작용하는 양의兩儀라는 법칙입니다.
빅뱅이라는 절대적 시각이 0이었던 시점으로부터, 파동(事사)으로도 입자(物물)로도 이해되는 빛이라는 성질에 의해 시간과 공간, 에너지와 물질이라는 4차원적 요소로 분화되는 아인슈타인의 우주는 태극으로부터 양의兩儀(心심과 身신)라는 법칙에 의해 태양(事사) ‧ 태음(身신) ‧ 소양(心심) ‧ 소음(物물)으로 분화되는 사상四象에 완벽하게 대응됩니다. 결국 사상四象에 의해 분류되는 체질이라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주로 시간적 차원에서 바라보는가(태양太陽), 공간적 차원에서 다루는 데에 익숙한가(태음太陰), 에너지 차원에서 대하려 하는가(소양少陽), 물질적 차원으로 다루는 데에 능숙한가(소음少陰)로 이해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시간과 공간, 에너지와 물질이라는 물리적 요소는 인간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 그에 맞게 변형된 형태를 취하게 되기는 할 것입니다.)
위의 내용은 개인적으로 추론한 것으로 현재로서는 완벽하게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만, 사상의학의 모든 원리를 명쾌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굳이 거부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미래에 인간의 체질을 90% 이상 판별할 수 있는 검사법이 개발된다면, 그 때에는 이 이론의 실제적 근거도 명확해질 것입니다. 만약 예상과 반대로 위의 관계가 거짓이었던 것으로 판명난다면 아마도 제가 가장 먼저 이 책을 찢어버릴 테지만, 지금까지는 100%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태양太陽-시간, 태음太陰-공간, 소양少陽-에너지, 소음少陰-물질’이라는 위의 공식을 기본 전제로 세워두고 계속 이야기를 진행하겠습니다.
음양오행이 장자와 노자를 필두로 한 도가道家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성장하였다면, 사상四象은 공자에서 시작된 유학儒學적 기반에서 등장했습니다. 의학적 관점에서 가장 먼저 드러나는 둘의 차이는, 전자가 자연에 순응하여 천수를 누리는, 마치 신선과도 같은 삶을 최상의 목표로 삼았다면, 후자는 스스로 수양하고 이를 타인에게 확장(수기치인修己治人)하여 이상적인 사회를 구현하는 데에 보탬을 줄 수 있는 인간적인 삶을 목표로 한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잠재력을 사회 속에서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면서 단순히 신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오랫동안 누린다는 것은 사상의학의 관점에서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 아닌 셈입니다.
[하략]
위의 내용은 2016년에 집필한 저서 『태양대한민국』에서 부분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