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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五行


 환자가 찾아왔을 때, 오직 음양이라는 기준에 의거해서 진료할 수 있으면 참 편할 것입니다. “환자분은 지금 평소보다 과체중이니 몸무게를 줄이세요.” 라든가 “환자분은 평소에 너무 움직이시는 것 같으니 가만히 좀 있으세요.”, 아니면 아예 “환자분은 지금 건강하지 않으시니, 건강해지십시오.”라고 처방하기만 하면 된다면 말입니다 (이 중 몇 가지는 실제로 하는 말이긴 합니다만). 그러나 인간은 이분법으로 명확히 해석되는 간단한 존재가 아닐뿐더러, 음양의 틀로는 시간의 선후관계에 따른 대상과 대상 간의 영향 관계를 표현하고 읽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의학은 오행이라는 새로운 규율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즉, 음양이 모든 존재하고 기능하는 대상들에 부여되는 필연적인 속성이었다면, 오행은 시공 속에 존재하는 대상들 간의 관계와 변화에 대한 규율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로 구성된 오행五行은 선대 한의학자들의 직관과 통찰의 도움을 받아 인체와 자연을 비롯한 모든 삶의 구성요소들을 분획하고, 그 기능과 의미를 엮어 5에 의한 새로운 체계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그 체계 속에서 구체화된 한의학 이론과 처방들은 인체 내에서 동일한 체계에 따른 변화와 효능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한의학적 기전 이전에 오행이라는 규칙으로 이 세계와 인간을 어떻게 분획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상당히 흥미로운 일일 것 같습니다.

 

 우선 시간적 차원에서 오행을 살펴보면, 매년 반복되는 계절들 중, 봄은 땅을 뚫고 자라나는 나무의 속성木으로 배속되고 인간의 생애에서는 유년기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여름은 겉은 활활 타오르며 확장하지만 속은 마치 비어있는 것 같은 불의 성질火로 통하며, 인간의 청년기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을이 되면 속을 꽉꽉 채우고 겉에는 윤기가 흐르는 과실에서 쇠金의 성질을 느끼게 되고, 이는 속이 여물대로 여물었을 인간의 중년기와 유사합니다. 마지막 겨울에는 모든 에너지를 땅 밑으로 흘려보내고 봄이 올 때까지 힘을 비축하는 동식물에서 아래로 스며드는 물水의 기운을 느끼게 되며, 인생을 갈무리하며 지혜를 전수하는 노년기의 인간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그리고 물의 기운에 의해 감춰졌던 에너지는 다시 봄을 맞이하며 나무木의 기운으로 솟아나 같은 순환주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지금 위의 순환 주기에서는 땅(토土)의 역할이 빠져있는데, 땅, 그러니까 토土는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힘(간절기)으로도, 여름과 가을 사이에 존재하는 늦여름으로도 분류됩니다. (인간의 생애 주기에서는 토가 곧 인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오행의 핵심이자 주체는 토土(땅)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것이 간절기로 분류될 때는 변화의 주체자로서의 역할이, 늦여름으로 분류될 때는 위치상 중심으로서의 기능이 강조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인체 내부로 들어와서는 각종 장기가 음양의 속성에 의해 오장과 육부로 나뉘게 되고, 오장과 육부는 다시 오행의 규칙에 의해 분류됩니다. 오장의 분류를 잠시 살펴보면, 간장肝腸의 역할이 목木에 해당하며, 심장心腸의 역할이 화火에 배속됩니다. 그리고 폐장肺腸의 역할은 금金의 기능으로 통하고 신장腎臟의 역할은 수水의 기능으로 이해됩니다. 마지막으로 토土는 위치상 중앙에 해당하는 조용한 장기 비장脾臟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하략]



위의 내용은 2016년에 집필한 저서 『태양대한민국』에서 부분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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