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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상징』 : 꿈의 기능, 꿈의 해석

 

 "인간과 상징"의 제1부에서 융은 무의식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한 창구로써의 꿈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잠재된 내용물로부터 우리의 꿈 상징이 자연스럽게 산출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지적한 듯하다. 이 잠재된 내용물은, 모든 충동, 욕구, 의도, 모든 지각과 직관, 합리적 혹은 비합리적인 사고, 결론, 귀납, 연역, 전제, 그리고 그 밖의 다양한 감정으로 이루어진다. 이 가운데 일부가, 또는 이 모두가 합해져 부분적이거나 일시적이거나 영속적인 무의식의 형태를 취한다.

 이 같은 내용물이 대개 무의식화하고 마는 까닭은, 의식에는 이런 것들이 들어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생각 중 어떤 것은 정서적 에너지를 잃고 잠재의식화하는 수도 있다. 이렇게 잠재의식화하는 것은, 그 생각이 우리의 흥미나 관심을 끌기에는 미흡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우리가 의도적으로 의식의 영역 밖으로 밀어내려고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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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은 의식 세계에 남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우리 마음은 혼란스러울 정도로 산만해지고 만다.


49p

 

 현대 사회는 무질서에서 질서의 방향으로, 즉, 무의식에서 의식의 상태로 발전해왔으며, 의식적인 기능이 더욱 강화된 현대의 세계에서 무의식적인 기능과 요소들이 (눈에 보이게) 작용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무의식적인 요소들, 상징적인 요소들이 이 세계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며, (우리가 인지하고 있든 못하고 있든) 여전히 의식의 기저에서 균형을 맞추거나, 충고하거나, 정화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꿈은 이러한 무의식의 기능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현상 중 하나이며, 따라서 꿈에서 등장하는 사건이나 사물이 상징하는 바를 아는 것은 곧 무의식의 기능을 알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남아메리카의 어떤 인디언 부족은 깃털도 날개도 부리도 없으면서 저희 부족은 붉은 아라라 앵무새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이렇게 주장하는 까닭은 미개인 세계에는 우리의 <합리적>인 세계와는 달리 사물과 사물 사이에 분명한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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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는 세계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개인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도 자기의 정신 건강을 의심하기에 앞서 주물(呪物)이나 정령이나 신을 생각한다.


59~60p

 


 꿈의 일반적인 기능은 꿈 소재를 산출함으로써 심적 평형(psychic equilibrium)을 회복시키는 데 있다. 꿈은 이로써 섬세한 방법으로 심리적인 균형(psychological balance)을 이루게 한다. 나는 이것을, 우리 심리 구조에서의 꿈의 보완적(혹은 보상적) 역할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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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 경고가 무시되면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다. 즉, 이 경고를 무시하면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거나 자동차 사고를 당할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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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은 때때로 어떤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에 그 장면을 보여 주는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것을 기적이나 예언 같은 것이라고 할 필요는 없다. 우리 삶에서 위기라고 하는 결과는 기나긴 무의식적 역사를 지닌다. 즉 우리는 위험이 쌓여 가고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그리고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나 의식은 이를 깨닫지 못해도 무의식이 깨닫는 수도 있다. 무의식은 그러니까 꿈을 통해 그 정보를 우리에게 전해 주는 것이다.

 꿈은 이런 식으로 자주 우리에게 경고를 보낸다. 그러나 늘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꿈을, 우리를 위험에서 보호하는 자비의 손길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 엄밀하게 말하면 꿈은 자비의 손길 노릇을 할 때도 있고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심지어는 파멸의 손길 노릇을 할 때도 있다. 꿈은 함정 노릇을 하기도 한다(적어도 그렇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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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다룰 때 고지식한 태도를 준수하는 사람은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꿈은 인간의 편도 아니고 인간적인 것도 아니다. 꿈은 아름답고 너그러운 동시에 잔혹할 수도 있는 여신의 정신을 닮은 자연의 숨결에서 솟아난다고 보아도 좋다. 이 정신의 특성에 접근하려는 사람은, 현대인의 의식보다 고대 신화 혹은 원시 민화를 통해 접근하는 편이 더욱 바람직하다.


66~69p


 "꿈은 자비의 손길 노릇을 할 때도 있고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심지어는 파멸의 손길 노릇을 할 때도 있다. 꿈은 함정 노릇을 하기도 한다"라는 구절만 봐도 융이 이야기하는 꿈은 매우 일관성이 결여되어 보이며, 과연 과학적 학문으로써의 객관성이 존재하는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융 혹은 융 학파는 (프로이트와 비교하여) 융의 사상이 학문으로서의 객관성이 떨어지며 체계화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자주 받아왔는데, 이러한 비판에 대한 융의 답변은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인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심리학 대상으로서의) '인간'이 일관적인 존재가 아닌데 어떻게 심리학이 객관적으로 정리될 수가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꿈을 해석할 때도 당사자의 인생과 가치관, 전후 문맥을 살펴서 꿈 속의 오브제를 이해해야만 한다는 융의 관점은 비교적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는 프로이트의 관점과 차이를 보이며 그와 결별하는 계기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나는 제자들에게 <상징에 관해 되도록이면 많은 공부를 쌓되, 꿈을 분석할 때에는 그렇게 쌓은 공부를 잊어버릴 것>을 권한다. 이 권고는 실제로 분석을 함에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기에 나 자신도 다른 사람의 꿈이라는 것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완전하게 해석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것을 하나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내가 이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내가 꿈을 분석할 동안 내 환자가 확신이 서지 않아서 주저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나 자신의 연상과 반응이 그의 생각을 압도해 버릴 가능성이 있다. 바로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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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목적은 환자의 존엄과 자유를 지키고 보존하여, 그가 자신의 뜻에 따라 삶의 길을 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데 있다. 그러니까 프로이트와의 논쟁에서 나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 일반적인 이론을 세우기 전에 우리가 다루어야 하는 살아 있는 인간에 대해 더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은 것이다.

 개인이야말로 유일한 현실이다. 그 개인에서 분리되어 인류(Homosapiens)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향하면 향할수록 우리가 오류에 빠질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77~81p


 융은 전체가 아닌 개인, 개성을 철저히 옹호하고 있으며, 이는 르네상스 시대를 기점으로 대두한 '개인'에 대한 인식, 물리학에서 상대성 이론의 등장, 한의학에서의 체질의학의 발전 등과 맥락을 같이 하는 심리학의 진일보한 경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의 글은 2015년 5월 26일 네이버 블로그에 직접 게재했던 글을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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