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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한다는 것』 : 우주의 경계와 사상四象


 『세상과 소통하는 교양인을 위한 과학한다는 것』의 저자 에른스트 피셔는 과학의 출발이 밤하늘의 별을 관찰한 것에서 비롯한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굳이 그에 대한 근거를 찾지 않더라도, 고대의 인류가 하늘을 바라보며 세상과 그 속의 인간에 대해 인지하게 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에 대한 놀라움과 그에 대한 질문은 생물학적인 또는 심지어 심리학적인 의문이나 '너 자신을 알라'는 요청에 따라 시작된 것이 아니라, 천문학적 관찰과 함께 시작되었다. 하늘을 관찰하는 것은 가장 오래된 과학이며, 최초의 관측자들은 외부 우주부터 관찰하기 시작하고 나서 차츰차츰 주의를 자기 자신에게로, 우리의 내부 공간으로 돌렸다.


132p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세계상도 변했고, 우주에 대한 인식은 뉴턴의 시대에 정점을 찍은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인간은 행성의 공전과 자전운동에 대해 알게 되었고, 우주의 구조에 대해서도 명확히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즉, 인간이 발을 붙이고 사는 지구와 우주의 삼차원 구조에 대해 모순없이 설명이 가능하며, 그 안에 존재하는 어떠한 물체의 운동도 예측가능하게 된 것인데, 어떻게 보면 완전무결해 보이는 이러한 우주관도 아인슈타인에 의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뉴턴의 절대적 견해가 평범한 사람들이 시간과 공간을 이해하는 방식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 준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로 이 두 양은 서로 완전히 독립된 대상으로 나타난다. 시간은 마치 정해진 길에 맞춰 끊임없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움직인다. 두 번째로 시간과 공간은 어떤 물체가 그 속에 존재하며 시간 및 공간과 함께 변하든 변하지 않든, 그 물체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존재한다. 세 번째로 이 두 양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기하학, 즉 유클리드가 처음 종합적으로 체계화한 기하학의 전형적인 예로 나타난다. 즉 시간은 바로 1차원의 직선처럼 흘러가고, 공간은 꼭 3차원의 네모난 주사위처럼 우리 세상을 둘러싸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20세기의 시작과 더불어 이 성공적이긴 하지만 너무 소박한 표상에 종지부를 찍었다. ... 상대성 이론은 그 이름 자체가 절대적 공간과 절대적 시간이 폐기되어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됨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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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이라는 말은 시간과 공간 사이에 관계(연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과 공간은 서로 관련되어 있으며, 겉보기와 달리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165p


 우주에서 모든 물질과 에너지를 제거하면 우주가 텅 비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는 우리의 오래된 우주관과 관련되어 있다. 뉴턴은 틀림없이 이 관점을 지지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우리에게 이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공간과 시간에서 물질을 제거하려고 하는 사람은 결국 그 공간과 시간도 함께 제거해야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리적 고립을 버리고 그 자리에 우리와 함께 다른 어떤 것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고려하는 실로 놀라운 개념이다.


170p


 잘 알려졌듯이 아인슈타인은 물질과 에너지가 동일하다는 것을 유도했다. 그의 유명한 공식 E=mc²에 따라 물질의 에너지는 그 물질의 질량에 광속의 제곱을 곱한 값과 같다. 따라서 우리가 존재하는 데 필요한 네 가지 기본 요건, 즉 공간과 시간과 물질과 에너지는 상호 연관된 체계를 이룬다.

 빅뱅 이론을 지지하는 사람은 아주 먼 옛날에 공간과 시간과 물질과 에너지 등 기본 요소 네 가지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뭉친 시점(굳이 말하자면 시각이 0이던 시점)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170p


 아인슈타인이 가져다준 새로운 우주모형은 수백 년 동안 모든 학문 분야에서 제기된 의미 없는 질문들을 삭제해줍니다. 그중 유명한 질문으로 '우주의 경계 뒤에 무엇이 있는가', '우리 우주가 끝나는 곳에서 무엇이 다시 시작하는가' 등이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대답에 따르면, 이 경계가 사유 속에서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현재 서 있는 장소로부터 출발해 매일 똑바로 앞으로만 달리더라도, 우리는 결코 경계에 맞닥뜨리지 않고 기껏해야 우리의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온다. 휘어진 시공간이 이것을 말해 준다.


159p


 시간과 공간에 대한 우리의 개념은 통일체로서 세계에 적용될 수 없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은 물론 일상적인 물리학상의 사물이나 사건에 적용될 수 있다. 반면에, 시간과 공간 자체는 사물도 아니고 사건도 아니다. ... 시간과 공간은 사물과 사건의 실제적인 경험 세계에 속하지 않고, 오히려 세계를 공략하는 데 사용하는 우리 고유의 정신적 무기, 즉 정신적 도구에 속한다.


160p


 우리는 이 4차원 모양의 영향권 안에 살고, 그것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며, 그것의 도움으로 마침내 다음과 같은 사실을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즉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는 우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그것은 바로 우리가 실제로는 4차원 세계의 3차원 표면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171p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인지하고 관찰할 수 있는 3차원의 세계에 빠진 시간의 개념을 보충함으로써 우주의 실상을 더욱 완전하게 그려내는 데에 성공했지만, 인간의 시각을 통해 그려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섬으로써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더욱 어려워진 측면이 있습니다. 그나마 유일하게 불변하는 값인 c를 통해 새로운 우주모델을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을 뿐입니다.


 아인슈타인의 그 유명한 상대성이론이 하필이면 그 이론과 상반되는 개념인 절대적인 양의 가정으로 시작되며 이 절대적인 양의 가정이 절대적 경계도 의미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아인슈타인의 절대성이론이라고 불러도 다 틀린 것은 아니고, 심지어 더 합당할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이 어떤 관찰자에게든 똑같아지는 절대적 양으로 삼은 것은 빛의 속도 c다.


172p


 우주의 경계에 대한 오래된 질문은 항상 공간과 시간,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미 존재하는 공간상의 폭(거리와 길이)과 주어진 시간의 조각에 적용되기 때문에 우리는 철학적으로든 물리학적으로든 그 질문에 명료하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 정적으로 주어진 것으로부터 우주의 동적인 대응물로 고개를 돌려 공간과 시간(또는 거리와 기간)의 관계를 주목해 속도를 관찰의 중심에 놓으면 경계가 나타나고, 우리는 이 경계와 친숙해질 수도 있다.


176p


 세계를 전체적으로 더 잘 이해하려면, 공간과 시간에 대해 말하는 것을 줄이는 대신 속도에 대해 말하는 것을 늘리고 정적인 사고를 줄이는 대신 동적인 사고를 늘려야 한다. 이 점에서는 아인슈타인도 아주 인간적으로 보인다. 과학 지식이 세계 전체가 움직인다는 것을 돌이킬 수 없는 사실로 확정하기 전까지 아인슈타인도 정적인 안정 속에 놓여 있는 우주를 바랐다.


177p


 아인슈타인은 뉴턴과 그의 역학에 커다란 경의를 품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물리학의 통일에 대한 신념과 그에 따라 물리학의 여러 부문에서 얻은 정보들의 대칭(일치)에 대한 신념이었다.


173p


 피셔는 인간이 유한한 삶 속에서 끝없는 가능성과 자유를 누리고 싶어한다는 측면에서 아인슈타인이 묘사한 우주와 똑같다고 묘사하고 있는데, 실제적으로 뉴턴의 우주관에서 아인슈타인의 우주관으로의 변화 과정과 내용은 인간을 소우주로 보는 한의학에서 사상의학의 등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주에는 경계가 없지만 우주는 유한하다.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는 세계의 가능성'이라는 말은 사실 정말로 존재하며, 이 가능성은 우주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곳에 인간적 차원을 마련해 준다(여기에서 말하는 차원이라는 말은 기하학적인 의미가 아니다). 생명은 유한하지만, 우리는 이 제한된 틀 안에서 끝없는 가능성과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아인슈타인이 묘사한 바로 그 우주와 똑같다.


159p



 c라는 공통인자를 통해 엮이는 시간, 에너지, 물질, 공간이라는 4가지 요소는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되는데, 이는 사상의학에서 양의라는 법칙으로 분화되는 사상(四象)의 개념과 일맥상통합니다. 우주의 모델로 소우주인 인간과 체질을 설명해본다면, 우주는 시간과 에너지와 물질과 공간이라는 요소를 통해서만 완전히 설명될 수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관점은 마찬가지로 시간이나 공간적 차원에서, 혹은 물질이나 에너지 차원에서 설명하느냐에 따라 4가지로 그 내용이 나뉠 수 있는 것처럼, 인간 역시 주로 어떠한 관점을 택하고자 하느냐에 따라 4가지의 체질로 나뉘게 된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정설화된 내용은 아닙니다.)



위의 글은 2015년 10월 20일 네이버 블로그에 직접 게재했던 글을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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