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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우주의 발생과 계층 구조


 빅뱅 이론, 즉, 절대적 시각이 0이었던 한 시점에 응집되어있던 시공과 물질 및 에너지가 대폭발을 통해 팽창을 일으키며 하나의 세계를 이루게 되었다는 이론의 중요한 단서 중 하나는 빛의 도플러 효과입니다.




 도플러 효과. 정지하고 있는 물체가 내는 소리나 빛은 위의 그림처럼 일련의 구면파를 이루며 멀리 퍼져 나간다. 먼저 나온 소리나 빛이 만든 구면파의 반지름이 나중에 나온 것보다 클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물체가 아래 그림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면, 구면파들의 중심도 1에서 6(왼쪽 방향)으로 점차 이동할 것이다. 그러므로 B에 있는 관측자에게 구면파와 구면파 사이의 거리가 본래 거리보다 길게 느껴지고, A에 있는 관측자에게는 반대로 짧게 느껴지게 된다. 따라서 관측자로부터 후퇴하는 물체가 내놓는 소리나 빛의 파장은 정지했을 경우보다 길어진다. 즉 후퇴하는 물체는 적색 이동을 보인다. 물체가 관측자에게 접근하는 경우 파장은 정지 상태의 경우보다 짧아진다. 즉 접근하는 물체는 청색 이동을 나타낸다. 도플러 효과가 현대 관측 우주론을 여는 열쇠의 역할을 했다. (502p)


 과학 기술이 발전하여 우주 저 멀리에 있는 은하들까지 관찰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들에게서 도플러 효과의 적색편이 현상이 나타났던 것입니다.​


 도플러 효과는 빛에서도 나타난다. 달리는 자동차가 경적 대신에 전후사방으로 노란색의 빛을 방출한다고 하자. 차가 관측자에게 접근할 때에는 주파수(파장)가 증가(감소)하고 관측자에게서 후퇴할 때는 주파수(파장)가 감소(증가)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차의 속력으로는 빛의 주파수 변화량이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빛의 속도에 비해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력이라면 그 변화량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 따라서 빛의 색깔이 변한다. 차가 관측자에게 접근하는 경우에는 빛의 파장이 감소하여 색깔이 노란색에서 파란색 쪽으로 이동한다. 이것을 청색 편이 또는 청색 이동이 일어난다고 한다. 반대로 관측자에게서 멀어지면 노란색이 빨간색쪽으로 변하여 적색 이동(편이)이 생긴다. 그런데 멀리 있는 은하들에서는 도플러 효과에 따른 빛의 적색 이동이 주로 관측됐다. 이 도플러 효과가 현대 관측 우주론의 출발점이 되었다.


503~504p


 지구에서 사방으로 관찰한 은하 혹은 퀘이사들이 모두 적색편이 현상을 일으켰으며, 이는 곧 모든 은하 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현재 모든 우주의 구성 물질들이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언젠가는 이들의 거리가 0이었던 시점이 있을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데, 결국 우주의 모든 요소가 하나의 점이었던 시점을 상정할 수 있게됩니다. 이렇게 해서 빅뱅이론을 위한 토대가 마련됩니다.

 물론 빅뱅이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도 있는데, 멀리 떨어진 ​은하에서 관찰되는 적색이동 현상은 도플러효과가 아닌, 아직은 규명할 수 없는 모종의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천문학자들 중에는, 은하의 적색 이동 현상을 도플러 효과의 결과로 해석하여 우주의 팽창을 유추해 온 일련의 사고 과정에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홀턴 아르프Halton Arp가 그 좋은 예이다.


...

 적색 이동의 값이 작은 은하의 양옆에 퀘이사가 하나씩 있는데 그 둘의 적색 이동은 크기가 거의 같고 은하에 비해 무척 큰 값이었다. 아르프는 이 관측 결과를 근거로 퀘이사들이 우주론적 거리에 있는 천체가 아니라, "전방에 있는 은하"에서 좌우로 분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은하에서 관측되는 적색 이동은 단순한 도플러 효과의 결과가 아니라, 아직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종의 메커니즘에 따른 것이라고 추론했다.


...

 아르프의 생각이 옳다면 퀘이사의 에너지원을 설명하기 위해서 초신성의 연쇄 폭발이니 거대 블랙홀이니 하는 이상한 가정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퀘이사가 우주론적 거리에 있지 않다면 그들의 광도가 매우 높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관측을 통해 드러난 적색 이동 현상을 설명해야 할 의무는 아르프에게 그대로 남아 있다.


508~510p


 빅뱅 이론에 대항(?)하는 아르프의 주장을 살펴보면, 블랙홀의 단서가 되는 퀘이사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블랙홀의 효과가 아니라 비교적 가까운 은하에서 나온 빛의 현상이며, 은하에서 관측되는 적색 이동은 도플러 효과가 아니라 아직은 규명할 수 없는 메커니즘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그 골자인데, 이러한 주장은 (『코스모스』가 집필되었던 시기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아직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추론에 그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빅뱅이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어려워보이는데, '그렇다면 팽창하고 있는 우주가 영원히 팽창할 것인가 아니면 언젠가는 다시 수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언젠가는 수축할 것이며, 한 발 더 나아가 '진동'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사상은 힌두교에서 일정 부분 힌트를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밀도가 매우 낮고 온도가 지극히 높은 물질도 천문학자들의 관측에 쉽게 걸리지 않는데, 은하들 사이의 공간이 저밀도 고온의 물질로 채워져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빛을 이용한 관측으로 검출할 수 있는 천체들의 총질량보다 훨씬 많은 물질이 우주에 내재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코스모스는 영원히 팽창과 수축을 반복할 것이다. ... 우리가 살고 있는 코스모스가 바로 그렇게 진동하는 우주라면 대폭발은 우주 창조의 순간으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이전 우주가 완전히 파괴되는 최후의 순간으로 볼 수도 있다.


517~518p


 영원무궁의 팽창 우주든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진동 우주든 우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한 가지 위안 삼을 만한 점이 있다면 운명의 그 순간까지 아직 긴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수백억 년, 또는 이보다 더 긴 세월이 남아 있다. 코스모스가 멸망할 때까지 수백억 년의 세월 동안 현생 인류와 그의 후손이 이룩할 위업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우리를 우주적 우울증에서 구원해 줄 것이다.


519p


 인류 문화의 위대한 종교들 중에서 힌두교만이 코스모스가 무한 반복된다는 것을 믿는다. 우주가 생生과 멸滅의 끝없는 순환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현대 우주론이 밝힌 시간 척도와 비슷한 크기의 척도로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유일한 종교가 바로 힌두교이다. 과학과 힌두교의 시간 척도가 서로 일치하는 것은 우연의 결과일 것이다. ... 브라흐마의 하루는 지구인의 시간으로 86억 4000만 년에 해당한다. ... 이것은 지구나 태양의 나이보다 긴 시간이고 우주가 대폭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경과한 시간의 절반도 넘는 참으로 장구한 시간이다.


...

 신은 브라흐마의 1년이 100번 지난 다음에 스스로를 분해하여 꿈 없는 잠의 세계와 합일한다. 그러면 우주도 스스로를 해체해서 신과 합일된 상태에서 브라흐마의 1세기를 지낸다. 그 다음에 신은 잠에 빠진 스스로를 꿈틀거리며 깨워 자신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다시 우주적 꿈으로 빠져 들어간다. 이렇게 하여 무한히 많은 세계들이 생긴다.


...

 시바의 우주적 춤을 모티프로 한 이 청동상에서 시바 신은 네 개의 손을 가진 춤의 제왕 나타라자Nataraja로 나타난다. 위로 치켜든 오른손은 창조의 소리를 내는 북을 들고, 왼손은 화염을 쥐고 있다. 널름거리는 불꽃의 혀는 이번에 새로 태어나는 우주도 수십억년 후에 다시 멸망함을 상징한다. 심원한 의미를 담고 있는 아름다운 이 신상들에서 나는 현대 천문학에서 태어날 각종 아이디어들의 전조를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 낼 수 있다.


515~517p


 칼 세이건은 그가 경험하고 느낀 바와 알고있는 것을 종합하여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빅뱅의 순간을 기점으로 진동하는 우주들과 그 위의 단계의 우주를 가정하는 '우주의 계층 구조'에 대한 것인데, 가설이 아닌 아이디어라고 표현한 것은 그것이 현재로서는 규명할 수 있는 과학의 차원을 넘어서 종교와 범위를 공유하는 인식체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는 여기서 인간이 이제껏 이룩해 놓은 과학과 종교를 통틀어서 가장 멋진 아이디어를 하나 이야기하고 싶다. 그 아이디어는, 심장 박동에 박차를 가할 만큼 생소하고 등골이 오싹하게 우리를 떨게 하며 온몸에 묘한 전율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고 어쩌면 영원히 검증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인지 모른다. 그것은 '우주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계층 구조階層構造,hierarchy of universe'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에 따르면 전자 같은 소립자도 그 나름의 닫힌 우주이다. 그 안에 그 나름의 은하들이 우글거리는가 하면 은하보다 작은 구조물들도 있고 또 그들의 세계에 맞는 소립자들이 존재한다. 어디 그뿐인가. 이 소립자들 하나하나도 역시 또 하나의 우주이다. 이 계층 구조는 한없이 아래로 내려간다. '우주들의 계층 구조'가 이렇게 아래로만 연결되라는 법도 없다. 위로도 끊임없이 연결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은하, 별, 행성, 사람으로 구성된 이 우주도, 바로 한 단계 위의 우주에서 보면, 하나의 소립자에 불과할 수 있다. 이러한 계층 구조는 무한히 계속된다. 아, 내 사고의 흐름을 절벽 같은 것이 가로막고 있는 듯하다.


...

 우리 우주 외의 또 다른 우주들이 있다면 그 우주를 지배하는 자연법칙은 우리의 것과는 별도의 체계를 이룰까?


...

 그 우주의 사람은 우리와 다른 구조와 형태의 생물일까, 아니면 비슷한 생물일까? 그들의 세계에 진입하려면 어떻든 4차원으로 '길'을 내야 할 것이다. 그 길은 쉽게 열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블랙홀이 우리를 그 길로 데려가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531~533p



위의 글은 2015년 12월 3일 네이버 블로그에 직접 게재했던 글을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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